몇년 전 친한 친구가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전단계이니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저도 혈당에 관심을 갖기 전이라 관련 지식이 거의 없다보니 놀랐습니다.
살이 찐 편도 아니고 평소에 특별한 증상이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당뇨 전단계라니 의외라 생각했습니다.
반면 당사자인 친구는 당뇨병이 아니라 전단계니까 관리만 잘 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라고요.
이후 식후 졸음 때문에 혈당에 관심을 갖게되어 정보들을 찾아보면서 가장 헷갈렸던 것이 혈당스파이크와 당뇨병 전단계, 당뇨병의 차이입니다.
모두 혈당이 높아진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판단 기준도 다르고 나타나는 증상도 다릅니다.
혈당스파이크와 당뇨병 뭐가 다를까?
혈당이 올라간다는 것은 똑같은데 혈당스파이크는 식후 혈당이 짧은 시간에 크게 올랐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현상이고, 당뇨병은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높은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질환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즉, 혈당스파이크는 혈당이 들쑥날쑥한 변동폭의 문제이고, 당뇨병은 높은 혈당이 계속 이어지는 지속성의 문제인겁니다.
혈당스파이크가 나타나면 무조건 당뇨병일까?
건강한 사람도 흰쌀밥이나 밀가루 음식과 같은 정제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거나 당이 많은 음료를 마시면 혈당이 순간적으로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팀이 연속혈당측정기(CGM)로 건강한 성인들의 혈당 변화를 관찰한 연구가 있었는데요.
연구 결과 기존 검사에서 정상으로 분류된 참가자들 중 약 25%에서는 혈당 변동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확인됐습니다.
이는 겉으로 건강해 보이고 기존 혈당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온 사람도 음식에 따라 혈당이 크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식후 혈당이 한번 높게 나왔다고 해서 당뇨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공복에도 혈당이 높거나, 식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혈당이 높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구분할까?
식후 30~60분 사이 혈당이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흔히 혈당스파이크라고 부르지만, 혈당스파이크는 정식 병명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진단 기준 수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혈당측정기로 체크한 식후 혈당이 잠시 높게 나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당뇨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병원에서는 대표적으로 아래 3가지 검사를 통해 당뇨병을 진단합니다.
· 공복혈당 검사 : 8시간 이상 금식 후 혈당을 측정
· 식후 2시간 혈당 검사 : 식사 후 혈당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확인
· 당화혈색소(HbA1c) : 최근 약 2~3개월간 평균 혈당을 확인
혈당스파이크와 당뇨병의 차이점
| 구분 | 혈당스파이크 | 당뇨병 |
|---|---|---|
| 의미 | 식후 혈당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떨어지는 현상 | 혈당 조절 기능이 떨어져 항상 혈당 수치가 높은 질환 |
| 혈당 특징 | 시간에 따른 혈당의 변화 폭이 클 수 있음 | 높은 혈당 수치가 지속적으로 유지됨 |
| 공복혈당 | 대부분 정상 범위 (100mg/dL 미만) |
주로 126mg/dL 이상으로 높음 |
| 식후 2시간 혈당 | 정상이거나 약간 높음 (식후 30분~1시간 사이 급등) |
주로 200mg/dL 이상 |
| 당화혈색소 | 대체로 정상~주의 범위 (5.7% 미만 내외) |
6.5% 이상 |
| 진단 여부 | 질병 아님 (생활 습관 경고 신호) |
의학적 치료 대상 질환 |
당뇨병 진단 기준표
| 검사 항목 | 정상 | 당뇨병 전단계 (주의) | 당뇨병 진단 기준 |
|---|---|---|---|
| 공복혈당 | 100 mg/dL 미만 | 100 ~ 125 mg/dL | 126 mg/dL 이상 |
| 식후 2시간 혈당 | 140 mg/dL 미만 | 140 ~ 199 mg/dL | 200 mg/dL 이상 |
| 당화혈색소 (HbA1c) | 5.7% 미만 | 5.7% ~ 6.4% | 6.5% 이상 |
*위 수치는 비임신 성인의 당뇨병 및 당뇨병 전단계 진단 기준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흔히 식후 2시간 혈당이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당뇨병 진단 기준에서 말하는 2시간 혈당 200mg/dL 이상은 일반적인 식사를 하고 2시간 뒤 측정한 혈당이 아니라 경구당부하검사에서 포도당 75g을 섭취하고 2시간 후 측정한 수치를 말합니다.
몸에서 느끼는 증상도 조금 다릅니다.
지난 글에서도 다루어 보았듯이 혈당스파이크 증상은 식사 후 1~2시간 사이 심하게 졸리고 머리가 멍해져 집중력도 떨어지며, 금새 또 배가 고파지는 증상이 반복됩니다.
혈당스파이크의 증상이 궁금하시다면 이전 글 <식후 졸음의 원인? 혈당 스파이크 때문일까? 직접 바꿔본 3가지 습관> 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당뇨병 증상은 조금 다릅니다
소변을 자주 보고, 갈증이 심해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먹어도 먹어도 계속 배가 고프고, 이유 없이 살이 빠지고, 상처가 잘 낫지 않고 피곤이 지속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저도 예전에 약 일주일 정도 계속 목이 말라 물을 평소보다 많이 마신 적이 있어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당뇨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요.
다행히 검진 결과는 정상이었습니다.
몸의 상태나 다른 요인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증상만으로 무조건 당뇨병을 의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당뇨병 초기에는 무증상인 경우도 많아 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고 하니 증상이 없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내 증상은 어디에 해당될까?
| 내 몸의 상태 | 가능성이 높은 쪽 |
|---|---|
| 식사 후에만 졸리고 평소에는 괜찮다. | 혈당스파이크 가능성 |
| 공복혈당도 계속 높게 나온다. | 당뇨병 또는 당뇨 전단계 |
| 건강검진에서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게 나왔다. | 당뇨병 가능성 |
| 식사와 상관없이 갈증이 심하고 소변을 자주 본다. | 당뇨병 가능성 |
단, 증상만으로는 정확한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혈당스파이크를 방치하면 당뇨병으로 가나?
혈당스파이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식사 때마다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 내리는 상황이 반복되면, 췌장은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느라 지치게 됩니다.
이 상태가 오래 가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혈당 조절 능력이 서서히 떨어져 당뇨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당뇨 전단계 사람 중 매년 5~10%가 실제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혈당스파이크가 있으니 곧 당뇨병이 된다고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는, 식습관이나 체중조절,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전에 <혈당스파이크를 방치하면 당뇨병이 될까? 몸속에서 벌어지는 변화> 편에서 다룬 적이 있어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려고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혈당 검사를 받아보세요!
·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주의 소견을 받은 경우
· 부모나 형제 중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
· 복부비만이나 고혈압이 있는 경우
· 평소 정제 탄수화물이나 액상 과당을 자주 먹는 경우
생각해 보니 제 친구의 경우는 첫 번째와 마지막에 딱 해당됩니다. 라면과 빵을 정말 자주 먹고, 나물과 채소는 거의 먹지 않거든요.
제가 병원에서 당뇨나 당뇨 전단계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식습관을 바꾸고 혈당을 관리하려는 이유는 나중에 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당뇨 전단계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위험요인이 있거나 건강검진에서 주의 소견을 받았다면 생활습관을 돌아보면서 정기적으로 혈당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후에 한 번 졸렸다고 해서 너무 불안해할 필요도 없고, 혈당수치가 한 번 높게 나왔다고 당뇨병이라고 단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증상이 반복되거나 건강검진에서 혈당에 이상이 발견됐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정확한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내 몸의 변화를 무심코 넘기지 않고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제가 혈당에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