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한국인이라면 매일 먹는 음식이라 혈당을 신경 쓰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고민하게 됩니다.
당뇨 환자들이나 다이어트로 식단 조절을 할 때 제일 많이 듣는 말이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어라"라는 말인데요.
막상 잡곡밥을 지어먹으려고 하면 곡물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무엇을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몸에 좋다고 무작정 모든 잡곡을 다 넣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흰밥 대신 잡곡밥을 찾는 이유
쌀밥 자체가 나쁜 음식은 아닙니다.
문제는 한 끼에 너무 많이 먹거나, 흰쌀밥과 빵처럼 정제된 탄수화물 위주로 먹는 경우입니다.
흰쌀은 현미에서 겨층과 배아 등을 제거해 도정한 곡물이라 현미보다 식이섬유가 적고, 정제 탄수화물이라 소화가 빠른 편입니다.
반대로 현미나 귀리, 보리 같은 통곡물은 도정을 덜 거쳐 식이섬유가 더 많이 남아 있어 정제곡물보다 소화 속도를 늦춰주어 혈당 관리 더 좋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정제 탄수화물이 식후 혈당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주식인 밥을 통곡물 중심으로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식후 혈당에 부담을 꽤 덜어줄 수 있습니다.
혈당 잡는 삼총사: 현미, 귀리, 보리의 매력
각 곡물이 가진 특징을 알고 섞으면 내 몸과 입맛에 맞춰 밥을 짓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혈당에 좋은 곡물로 많이 추천되는 세 가지 곡물 얘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현미, 귀리, 보리처럼 요즘 많이 찾는 곡물은 각각 식감도 다르고 조리법도 조금씩 다릅니다.
현미
백미에서 겉껍질만 벗기고 쌀눈과 겨층을 남긴 것이라 보면 됩니다. 여기서 도정을 여러 번 거치면 백미가 되는거죠.
겉껍질만 벗겨낸 만큼 식이섬유가 남아있어서 백미보다 소화가 천천히 됩니다.
주변에 당뇨병을 앓고 계신 지인들을 보면 모두 현미밥은 기본으로 드시고 계십니다.
그러다보니 가장 익숙한 곡물이라 잡곡밥을 시작할 때 처음 먹어봤는데 좀 까끌한 느낌이 들고 오래 잘 씹지 않으면 소화도 잘 안되는 것 같아서 저는 먹기 조금 불편했습니다.
귀리
귀리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로, 베타글루칸이라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당 조절과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을 주는 곡물이라고 한 때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었는데요.
보통 많이 먹는 오트밀과 밥에 넣는 용도의 귀리는 다릅니다. 어떻게 가공했는지에 따라 귀리의 이름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 조금 헷갈렸어요.
귀리는 밥에 넣어 먹는 통귀리나 압착귀리와 오트밀처럼 죽 형태로 먹는 제품이 있습니다.
오트밀도 결국 귀리를 가공한 것이며 통귀리, 압착귀리, 퀵오트, 인스턴트오트처럼 가공 정도가 서로 다릅니다. 가공 정도에 따라 식후 혈당 반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잡곡으로 넣어 먹으면 좋다고 말씀드리는 귀리는 설탕이나 다른 재료가 들어간 즉석 오트밀이 아니라, 밥에 넣어 먹는 통귀리입니다
보리
보리는 귀리와 마찬가지로 베타글루칸이라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 혈당 관련해서 자주 추천되는 곡물입니다.
보리의 혈당 관련 연구도 꽤 많은 편인데요. 보리의 베타글루칸 섭취가 식후 혈당 반응을 낮춘다고 합니다.
보리도 귀리처럼 종류가 여러 가지입니다.
늘보리(겉보리)부터 압맥, 할맥, 찰보리 등이 있는데 늘보리처럼 원형이 가장 많이 살아있는 보리일수록 혈당이 완만하게 오른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늘보리는 불리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식감도 거칠어 먹기 힘든 부분이 있어 불편하다면 차선책으로 압맥이나 할맥을 선택해서 드시면 됩니다.
혈당에 좋은 잡곡밥 황금비율은?
이건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현미만 100프로로 밥을 지어드시는 분도 보긴 했는데 결국은 개인 취향과 소화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 시작할때는 어떤 잡곡이든 너무 많이 넣지 않고 백미에 20프로정도 혼합해서 먹어보고 괜찮다 싶으면 비율을 조금씩 늘리면서 조절합니다.
그리고 한번에 너무 여러가지 잡곡을 넣으면 각 잡곡 고유의 맛을 느끼기 어려워서 두 가지 정도의 잡곡쌀에 콩류 하나를 더해 밥을 지어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들면 백미 60%, 현미 20%, 보리 20%, 콩 한줌 이런식으로요. 그때그때 조금씩 잡곡 종류를 달리 배합해서 먹습니다.
어떤 비율로 혼합하는 것이 혈당에 가장 좋은 황금비율일지는 연구로 확실하게 증명된 것은 없습니다.
혈당에 가장 좋은 잡곡밥의 황금비율은 밝혀진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꾸준하게 먹을 수 있는 현실적인 잡곡밥 혼합 비율 정도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도 당뇨 환자들이 먹기 편한 잡곡밥을 비교하면서 잡곡 비율 40%와 50%를 살펴본 결과, 잡곡 40% 쪽의 기호도가 더 높게 나타난 사례가 있습니다. (전라북도 지역 당뇨환자 대상 잡곡밥 관능검사 연구, 한국식품영양과획회지 2013 참고)
이 연구 역시 혈당에 가장 좋은 비율을 증명한 것은 아니지만 식단을 꾸준하게 지속하는 측면에서 참고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잡곡을 많이 넣었을 때 소화가 잘 안되거나 불편하다면 잡곡 비율을 줄이고,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된다면 잡곡 비율을 더 높이는 식으로 나에게 맞게 꾸준히 먹으면 됩니다.
잡곡밥이라고 무조건 혈당이 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잡곡밥도 결국 탄수화물이므로 과다 섭취하면 혈당을 올릴 수 있어 한 끼 섭취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또 잡곡밥과 같이 먹는 반찬이 어떤지에 따라서도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 글 <수박 먹으면 혈당 오른다? GI지수와 GL지수로 보는 과일 섭취법>편에서 혈당지수가 낮은 과일이라고 많이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
잡곡밥 더 똑똑하게 먹는 방법
같은 잡곡밥이라도 곡물의 종류와 가공 정도, 조리 방법에 따라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잡곡을 오래 불린다고 해서 그 자체로 혈당이 반드시 더 많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밥을 지나치게 부드럽고 질게 조리하면 소화,흡수가 더 빨라 식후 혈당이 더 잘 오를수도 있습니다.
또한 갓 지은 뜨거운 밥을 먹는 것보다 한 김 식힌 뒤 냉장 보관해 데워 먹는 것이 전분 구조를 바꿔(저항성 전분) 혈당 오르는 속도를 완만하게 해준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지난 글 <군고구마가 오히려 혈당에 안 좋다? 바나나·감자까지 조리법별 혈당 비교> 편에서 고구마, 감자를 식혀먹으면 저항성 전분이 늘어나 소화를 늦춰줘서 혈당에 부담을 덜 준다는 내용을 다룬 적이 있는데 그것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결국 어떤 잡곡이 혈당을 가장 많이 낮추느냐를 따지기보다 흰쌀밥을 조금 덜 먹고 통곡물을 함께 먹는 것 식습관으로 바꿔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