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먹어도 살 안 찌는 '거꾸로 식사법' 정말 효과 있을까?

제 친구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저보다 많이 먹는 것 같은데도 살이 안 찌는 마른체형입니다. 

반면 저는 친구보다 덜 먹는 것 같은데 먹는 것에 비해 살이 많이 찐다는 느낌을 받아 속상할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뚱뚱한 편은 아니지만, 상대적인 비교에서 오는 아쉬움이었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살이 찔까 봐 조절을 하는게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었습니다.

“나도 살 안 찌는 체질이면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을 수 있을 텐데” 하며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체중은 유전, 식습관, 근육량, 활동량 등 여러 요인들의 영향을 받다보니 단순히 먹는 양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혈당에 관심을 가지고 식습관을 직접 바꿔보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는데요.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어떻게 먹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중 제가 지금까지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방법이 ‘거꾸로 식사법' 입니다.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순으로 먹는  '거꾸로 식사법'은 이전 포스팅에서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이 식사법이 혈당 조절뿐만 아니라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지 이전 글보다 좀 더 자세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실제 아침에 먹는 식사 구성입니다.

되도록 오이나 당근 같은 생야채를 조금 먹고, 삶은 달걀을 먹습니다. 고기반찬이 있을 때에는 달걀은 생략하고요. 그 다음 밥과 반찬을 조금 먹습니다.

처음에는 참 번거로웠는데 잘 안 챙겨 먹던 채소도 먹게 되고, 단백질까지 곁들여 균형 있게 한 끼를 먹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습관이 되어 익숙하고요.

거꾸로 식사법으로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는 실제 식사 구성


하지만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 체중이 감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꾸로 식사법은 식후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활동량과 식습관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거꾸로 식사법과 함께 식후 산책, 탄수화물과 당류 줄이기 등 생활습관도 함께 바꾸고 있습니다. 

식후 졸음 때문에 혈당에 관심을 갖게 된 과정과 제가 직접 바꿔본 식사법과 생활습관은 앞서 작성한 글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식후 졸음이 혈당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식후 졸음의 원인? 혈당 스파이크 때문일까? 직접 바꿔본 3가지 습관> 글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거꾸로 먹으면 정말 살이 덜 찌는걸까?

탄수화물을 가장 먼저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우리 몸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다량 분비합니다.

문제는 인슐린이 혈당을 낮추는 역할도 하지만, 남는 에너지를 체지방으로 저장하는 ‘지방 저장 호르몬’ 역할도 한다는 점인데요.

제2형 당뇨병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같은 식사를 먹되 순서만 바꿔 비교한 연구에서는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먹었을 때, 탄수화물을 먼저 먹은 경우보다 식후 혈당의 증가 폭이 크게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식사 순서를 바꾼다고 해서 밥을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지는 건 아닙니다.

거꾸로 식사법이 ‘살이 안찌기 위한 방법’ 이라기보다는 '같은 식사를 하더라도 식후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거꾸로 식사를 하면 배고픔이 덜할까?

거꾸로 식사법과 식욕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도 있습니다.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은 흔히 ‘배고픔 호르몬’이라고 불리는데요.

제2형 당뇨병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같은 식사를 순서만 달리해 먹게 한 연구에서는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먹었을 때 식사 3시간 후에도 배고픔 호르몬이 더 억제된 상태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참가자들이 느낀 배고픔이나 포만감에는 식사 순서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호르몬은 억제가 되고 있는데 참가자들이 느끼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거죠.

따라서 거꾸로 식사를 하면 ‘배가 안 고프다’ 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식사 순서에 따라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 반응은 달라질 수 있지만 곧바로 포만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도로 이해해야 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연구 결과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건강 관련 글을 보다 보면 어떤 방법 하나를 소개하면서 "이것만 하면 식욕이 사라진다"는 식으로 단정하여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연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어떻게 먹어야 할까?

코스 사이 시간 간격이 꼭 필요할까?

연구에서는 채소를 먹고 10분 정도 뒤에 밥을 먹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저 역시 출근 전 바쁜 아침에 채소 먹고 10분을 기다리는 건 도저히 못 하겠어서 텀이 없이 먹고 있습니다.

주말에 한 번 시도해본 적 있으나 한 번 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이 텀을 꼭 지켜야 한다고 하면 저부터도 이 식사법은 못 지킬 것 같습니다.

실제로 2025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식품 사이에 별도의 휴식 시간을 두지 않고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먹었을 때에도 식후 혈당 변동성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이라면 굳이 코스마다 텀을 두지 않고,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만 지키며이 식사법을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한식에서는 어떻게 먹어야 할까?

● 나물, 김치, 샐러드 등 채소 반찬을 먼저 두세 젓가락 먹습니다.

● 이어서 고기, 생선, 두부, 계란 등 단백질 반찬을 먹습니다.

● 국이나 찌개는 국물보다는 고기나 채소 같은 건더기를 먼저 먹고 국물은 밥과 함께 나중에 적당량 먹습니다.

● 밥은 가장 마지막에, 남은 반찬과 함께 먹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정식처럼 음식이 순서대로 나오는 식사에서는 자연스럽게 채소나 반찬을 먼저 먹고 밥이나 면을 나중에 먹게 되는데요.

한정식의 식사 순서 자체가 혈당 조절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건 아니겠지만, 일상에서 식사 순서를 적용할 때 참고해볼 만한 부분입니다. 


외식이나 회식 자리에서는 이렇게

회사에서 점심식사나 회식을 하다 보면 매번 식사순서를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가능한 것부터 먼저 먹습니다.

● 고깃집 : 상추쌈이나 곁들여 나온 채소를 먼저 먹은 뒤 고기를 먹고 마지막에 밥이나 냉면을 먹습니다.

● 뷔페 : 예전의 저는 뷔페에 가면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샐러드 코너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첫 접시는 무조건 샐러드와 단백질 위주로 담아오고, 피자나 스파게티 밥류는 두번째 접시부터 먹습니다.


실천시 주의해야할 점

드레싱을 듬뿍 뿌린 샐러드는 피하세요.

채소를 먼저 먹더라도 당분이 많이 첨가된 드레싱을 뿌리면 드레싱의 당분이 먼저 흡수되어 효과가 반감될 수 있으므로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등을 뿌려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채소 순서에 과일이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과일에도 당(과당)이 들어있어, 식사 순서의 가장 앞 순서인  '채소' 대신 과일을 넣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과일은 식간 간식으로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백질이라도 튀김류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단백질이라고 해서 치킨이나 돈가스, 삼겹살 등을 과하게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예전에 헬스장에서 PT를 받은적이 있는데 당시 트레이너분께서 식단관리 얘기를 하면서 탄수화물을 많이 먹지 말고 단백질을 많이 먹으라 하셨습니다. 

어느 날 퇴근 후 PT수업을 받으러 갔는데 점심식사로 무엇을 먹었냐고 물어보시기에 당당하게 단백질을 먹으라고 하셔서 돈가스를 먹었다고 했다가 한소리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단백질을 먹되 튀기기보다는 구이나 삶은 조리법으로 조리된 단백질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 순서만 지키고 운동이나 식사량은 신경 안쓰면 안됩니다.

거꾸로 식사법은 식사 관리의 한 가지 방법입니다. 식사 순서 하나만 바꾼다고 체중이 자동으로 감소하거나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총 섭취량,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 정제탄수화물과 당류 섭취 조절 등 다른 생활습관과 병행해야 합니다.


거꾸로 식사법은 저도 처음에 습관들이기 전에는 어색했습니다. 밥부터 먹고 반찬을 먹는 오래된 습관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는 않으니까요. 조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바꾸어 먹게 되다보니 그게 또 습관이 되고 지금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채소부터 먹는 것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운동도 습관이 되면 하루라도 안 하면 찝찝한 것처럼, 지금 저에게는 거꾸로 식사법도 비슷해졌습니다.

매번 완벽하게 지키지 못합니다. 외식하다 보면 밥부터 먹기도 하고 밀가루 음식만 먹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음 식사부터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건강 습관은 완벽하게 지키는 것보다 오래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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